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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온다

내릴 줄 모르는 것이 부동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곳곳에서 부동산이 내려갈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가치를 끌어올리던 동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한참 전부터 나타났습니다. 다만 체감이 느릴 뿐이었고, 이제야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물건이 좋아지면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헌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으면 값이 오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차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가치 생산이 둔화된 상황에서 새로 지어지는 집의 가치를 교환할 경제적 여력이 우리에게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반응이 느린 부동산, 기대감 때문에 천천히 내려오는 부동산.

결국 빚을 내서 구입한 부동산.

그 빚의 이자만큼 채무자나 세입자들의 미래가 과연 밝을까요.


나만의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이라는 좋은 직장에 들어온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상여는 계속 줄어들고, 신입은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는 순간 경력은 악순환으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진급률은 낮아지고 정년은 늘어나고 기회의 순간은 점점 뒤로 밀립니다.

그래도 이것이 대한민국 평균 이상이라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경제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보통 부동산이 오르면 금리가 내리고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이 내려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단순한 설명들은 순간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금리와 부동산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절박함 때문에 시야가 좁아진 것인지 금리와 부동산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쓰는 것인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돈이 나올 곳이 없다고 모두 말하는데 왜 땅값은 이렇게 비싼 것일까요.

인구 5천만이 모여 살든 흩어져 살든 늘지도 줄지도 않을 이 땅의 가격이 왜 이렇게 높아지는 것일까요.

그 많던 산업 역군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사람과 기술을 다루던 산업은 줄어들고 땅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전에 줄줄 외우던 30대 기업이 있었는데 지금은 10대 기업 이름조차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한 것들보다 더 많은 것들이 막막합니다.

선진국이 아니던 시절에도 외벌이 월급쟁이였던 아버지는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 형제들을 도와주고 집을 사고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냈습니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외벌이 월급쟁이인 저는 그럴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런 아버지도 환갑이 넘은 지금 여전히 구직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으십니다.

저는 그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상황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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