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을 평소 즐겨보는 나. 연애소설을 싫어하는 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장르문학에 질리기 시작했다.
무슨 신공이니, 검이니, 도니… 항상 중국 이야기다. 기껏해야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칭하며 우리나라가 나오고, 시대도 거의 대부분이 명초기의 몽고족을 견제해야 하는 어수선한 시기 혹은 원나라 시대다. 당송은 찾아보기 힘들고 한나라는 거의 보기 힘들다. 청나라도 의외로 없고 영운문의 영향이 이리도 클 줄이야.
판타지에서도 드래곤, 엘프, 오크는 단골처럼 나오고, 조금 달라지면 영지 개발물, 무언가 찾아 삼만리, 평행우주, 이계 여행기 등 참으로 식상하다.
근데 재미있다.
열 중 일곱이 같아도 세 가지만 달라지면 재미있는데, 이 세 가지로 많은 작가들이 승부를 거는 것 같다. 코믹, 사랑, 성공 등 일곱은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 이야기이지만 세 가지 혹은 두 가지 정도는 누구나 공감하고 동경하며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 거리로 채운다.
이게 내가 장르문학에서 못 빠져나오는 이유이며, 이 두세 가지 정도에 따라 명작과 졸작이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할리우드 영화도 장르문학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 분명한 공식이 예전부터 있었다는 점에서는 이미 같을 수도 있으나, 요새 증가하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장르문학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총, 칼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있으나 히어로들과 판타지 세계를 그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헐리우드 영화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그러나 그 재미를 결정하는 것 중의 결정적인 것이 돈이 없어서, 여자를 못 사귀어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사랑 이야기라는 점이 장르문학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비슷함이란 게 하나만 같아도 사용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나는 이 세계에서 식상함에 질려도 보물과 같은 하나를 찾는 재미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