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20세기~21세기, 지금의 지구와 비슷한 평행우주의 지구.
지금의 지구와는 다른 지구가 있다. 그 지구의 이름 역시 지구다.
영어권 사람은 Earth라 부르고 코볼의 13종족 또한 Earth라 부른다.
이러한 지구에는 우리가 아는 지구 외에도 다른 우주와 외계의 접촉이 뒤섞인다.
그 지구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터전에서 이런 혼란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물론 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극소수다.
이 접촉을 둘러싸고
- 국가들의 동맹체
- 비밀 조직
- 개인
이들이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각자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이 있다.
그의 이름은 연돌꾸.
그는 이 혼란을 전 우주에 납득시키고 문화충돌의 시대를 넘어
코스모스적인 세계 질서
형성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수십 년 후
“모든 것을 넘나들어 볼 줄 아는” 역사가 시쿠는
이 혼란의 진짜 원인을 깨닫게 된다.
그 시점은
그가 연돌꾸를 중심으로 쓴 열전
실패한 영웅들 – 연돌꾸전
의 마지막을 쓰는 순간이었다.
진실을 깨달은 그는
펜을 꺾고 연돌꾸전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공을 넘나들며 몇몇 곳에 이 기록이 남게 된다.
어떻게 남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혼란의 시대에 활약한 다른 인물들의 열전이 정말 존재하는지도 확인된 적이 없다.
시중에 떠도는 몇몇 전기가 “실패한 영웅들 시리즈”인지도 확인된 적이 없다.
그리고
역사가 시쿠 역시 이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화제가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시쿠가 죽기 전
종족을 뛰어넘는 최초의 코스모스적 베스트셀러
지적 생명체들에 대한 총합적 고찰
을 집필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소문만 무성했던
실패한 영웅들 시리즈 1권 연돌꾸전
이 찢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엄청난 반응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나머지 열전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진짜일 수도 있고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시쿠의 이전 저서와 비슷한 문체와 그 이상으로 뛰어난 재미와 의미를 독자들에게 안겨주었다.
1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화이트칼라
라는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감성적이며 목표지향적이었지만 평범한 인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약간은 잘난 사람이었다.
그의 아들이 연돌꾸다.
2003년 12월.
스무 살이 꺾이기 한 달 전.
연돌꾸는
- 꿈이 많고
-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으며
- 평범한 사람들처럼 기복을 겪는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최악의 시절이라고 느꼈지만 사실은
누구나 부러워할 대학에 입학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한다.
연돌꾸가
평범한 인간에서 대단한 인물로 변한 시점
이 바로
2003년 12월 중국 여행
이었다고.
그는 배낭을 메고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 형구와 함께 한 달 동안 중국을 여행했다.
여행 경로
- 베이징
- 시안
- 쓰촨성 청두
- 아미산
- 시골 마을
- 티베트 지역
하지만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가 한 일이라곤
- 온갖 음식 먹기
- 돈 떨어져 볶음밥만 먹기
- 한국 유학생에게 퇴짜 맞기
- 값싼 사창가 두 번 가기
- 말 타기
- 유적 구경
- 중국 공안 재킷 구매
정도였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 이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중국에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2004년 1월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사업을 시작했다.
복학 첫 학기.
다른 복학생들과 달리 수업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학과 건물 5층 10평 남짓한 방에
사업체를 차렸다.
그가 어떻게 그 공간에 들어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제출한 창업 제안서 덕분이라는 이야기만 전해진다.
그는
산학연 창업보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실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관리비를 낼 돈
- 적당한 아이템
이 두 가지면 된다.
하지만
그는 제안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그 방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의 말
그는 돈에 미쳐 있었다.
그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남 좋은 일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이 말은 지금도 가끔 회자된다.
2005년 어느 술자리.
그는 주말마다 소개팅을 나가고 있었다.
연돌꾸의 키는 175cm.
대한민국 평균이지만 20대 평균에는 조금 못 미쳤다.
문제는
그가 키 큰 여자만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개팅은 대부분 실패했다.
- 작은 키 여자 → 거절
- 체형 마음에 안 들면 → 거절
사람들은 말했다.
“지 주제를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좋아하는 키 큰 여자와 소개팅 자리가 만들어졌다.
사실 그 여자는
원래 나오기로 했던 사람이 취소해서 대신 나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둘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연돌꾸가 완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는 아니었다.
아이러니였다.
외모를 중요하게 보는 연돌꾸를 외모에 연연하지 않는 여자가 이해해 준다는 것.
하지만
둘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 좋은 회사
- 커리어
- 사회적 영향력
을 원했다.
연돌꾸는
직장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둘은 논쟁했다.
경험을 쌓아야 한다 vs 이미 경험은 충분하다
마지막에 연돌꾸는 말했다.
기껏 일해 봐야 가족을 먹여 살릴 정도의 돈과 허울뿐인 직위뿐이다.
능력이 있다면 남 좋은 일 하지 말고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그녀의 눈에는
그가
푼돈 맛에 취한 풋내기
처럼 보였다.
부모 덕으로 돈 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그는 투자로 돈을 벌었다.
문제는
그 방법이 운이었다.
복권 혹은 경마.
그는 운으로 시작했고 운으로 돈을 불렸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결국
연돌꾸와 그녀는 몇 번의 만남 이후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십수 년 후 그녀는
많은 후회를 했을지도 모른다.